Daily/감상문

[책] 저만치 혼자서 -김훈

jino22 2024. 1. 16. 00:26

출처: 네이버 도서

 

 

나은희의 편지를 읽고 나서 나의 생애 속에서 흩어진 시간들이 이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한동안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창밖에 내리는 눈이 바람에 몰려갔다.
기억들이 눈보라에 휩쓸리면서 물러가고 다가왔다.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고 거북해서 발음이 되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세월의 풍화를 견디지 못하고 세월은 다시 세월을 풍화시켜간다.
그렇기는 하더라도 그때 내 마음속에 자리잡은 나은희의 온도를 사랑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죽은자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모르고 산 자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을 모른다.
빈소에서 노닥거릴 때, 인간은 무엇을 아는가? 라는 의문이 떠오르면 난감하다.
죽지 않은 사람들은 이웃집에 마실가듯이 죽은 사람의 빈소에 모인다.

 

저만치 혼자서

- 김훈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고 거북해서 발음이 되어지지 않는다."

책 소개에 써져 있던 이 문장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그저 글자일 뿐인데 다른 단어보다 내뱉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단편집인데 위의 구절들은 모두 '대장내시경' 에 담겨있다.

담겨있는 의미보다 스토리의 재미로 책을 읽는 나에게 여전히  단편집은 아직 어렵다.

하지만 이 책, 특히 이 단편은 많은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장례식과 죽음이 별거 아닌 듯하게 이야기 하며 어쩔수 없이 익숙해져야만 했던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례를 치르면서 왜 우리 할머니를 한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굳이 와주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럴거면 살아계실 때 뵙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이제와 생각해보니 장례식이라는 것은 고인의 마지막길을 함께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자신의 삶이 남았기에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을 위한 자리기도 했다.

나역시도 쉽지 않은 길을 와준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아직 나에게 소중함이 많이 남아 있기에 이것을 가지고 나머지 삶을 잘 살아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래서 경조사를 챙겨야 한다고 하나보다(?))

 

다른 단편들도 우리네 삶의 한 조각들을 보여주고 있다.

너무 현실과 닮아서 조금은 아리는.

 

 

3.5 / 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