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았다. 이 시기를 버티고 나면 더 나은 삶이 펼쳐지게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하나 누구나 예상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통증을 딱 그만큼만 전시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유효한 전략인 것 같았다. 모두가 남선배와 함께 눈물을 흘려주고는 했으니까. 나 역시 이제는 사회생활 9단이 다 돼 좀체 타인에게 내 감정을 내어주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자리까지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공감받을 수 없을 종류의 눈물이 차오르는 날도 있었다. 나는 내 눈물의 방향을 정할 수 없어 가끔은 화가 났고 대개는 고독했다.
진리가 원래 그런 거 아닐까? 더러는 점 같고, 혹은 사이비 같고. 곱씹다보면 얼추 맞는 것 같기고 한 그런 거
모든 말에는 힘이 있다. 특히나 어떤 말은 주술에 가까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알지 못하는 새 마음을 파고들어 삶을 각도를 아주 조금 바꿔놓기도 한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내 유일한 삶의 방식이니까.
믿음이 사랑의 조건이라면 우리는 그 누구보다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믿지 않는 나는 도통 무엇을 탓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저 나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로, 이 모든 것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나 자신을 비난하기로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믿음에 대하여
- 박상영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왜 제목이 믿음에 대하여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표시해둔 구절들을 모아보니 제목이 이해되었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믿음들이 녹아 있었다.
출퇴근 길에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이동시간이 짧은 데도 불구하고 술술 읽혀서 금방 다 읽었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칠 뻔 하기도 하였다.
사회초년생인 지금의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지금의 나 혹은 미래의 나와 닮을 부분도 많았다.
아마 내 또래에 사회가 만들어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와 비슷한 부분에서 많이 공감할 것이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내 유일한 삶의 방식이니까.'
라는 부분은 최근 내 삶의 방식과 닮아서 적었다.
예전에는 미래에 대한 걱정, 지나온 과거에 대한 후회가 현재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다.
또한 계획 세우는 것도 좋아해서 그런 시간을 많이 보냈었다.
많은 부분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지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순간이 취업 준비를 하던 때 부터인지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주어진 것들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루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싫지는 않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에 초점을 맞춰 살다보니 좀 더 단순해진 것 같기도 하고.
박상영 작가의 다른 작품 중 대도시의 사랑법은 드라마로 보았었는데,
그 스토리 방식과 비슷하게 단편이 나눠져 있고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고리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4/5
'Daily >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GV 빌런 고태경 (2) | 2024.09.24 |
---|---|
[책] 개발자가 영어도 잘해야 하나요? - 최희철 (0) | 2024.05.11 |
[책] 칼의 노래 -김훈 (1) | 2024.01.31 |
[책] 저만치 혼자서 -김훈 (2) | 2024.01.16 |
[책] 스토너 -존 윌리엄스 (0) | 2024.01.15 |
댓글